직장인 염모(38·여)씨는 요즘 말 못할 고민을 안고 있다. 언제부턴가 오른손 손등 쪽 엄지손가락의 마디 부분과 검지의 손톱 아랫부분 등 여러 곳에 사마귀가 돋아난 것이다. 염씨는 약국에서 꽤 많은 돈을 주고 '혹 떼는 약'을 사서 바르는 한편 틈틈이 칼로 사마귀를 도려냈다. 그러나 잘 낫지도 않을 뿐더러 덧나기까지해서 속이 상한다.
사마귀는 몸의 특정 부분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피부가 밖으로 자라 나온 것 즉,혹(종양)을 말한다. 요컨대 사마귀는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때 쉽게 발현한다. 염씨는 수술을 받은 뒤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과도한 업무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이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마귀는 대부분 피부색을 띠고 거친 느낌을 준다. 더러는 검게 변하거나 편평해서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다. 모양 역시 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띠기도 한다.
사마귀는 사람한테서 사람한테로 전파된다. 하지만 전염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고,특히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라면 수개월에 걸쳐 자라난 것이기 때문에 전염 경로를 알아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마귀 바이러스는 피부가 손상을 입었을 때 주로 감염된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톱이나 발톱 주위를 손으로 뜯어내는 버릇을 지닌 아이들이 사마귀에 쉽게 감염된다는 점에서 그런 정황을 읽어낼 수 있다.
간혹 사마귀를 달고 사는 사람이 있는데,이는 염씨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면역력이 낮아서 그런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면역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
사마귀 가운데 흔히 발견되는 것은 심상성 사마귀,족저사마귀,편평사마귀 등이다.
가장 흔한 것은 심상성 사마귀이다. 표면이 거칠고 오돌토돌하며,콩알만한 크기의 구진(피부면에 나타나는 발진)이 손등이나 손가락 특히 손톱 주위에 분포한다. 염씨의 사마귀가 바로 심상성 사마귀이다. 이 사마귀는 피부가 손상받았을 때 자주 발생한다.
사마귀는 이 밖에도 입술 혀 귀 코 후두 같은 곳에도 생길 수 있다. 손과 발에만 생기는 게 아닌 것이다.
족저사마귀는 발바닥 사마귀를 말한다. 대체로 여러 개의 사마귀가 체중에 짓눌려서 뭉치는 바람에 생긴다. 일반 사마귀에 비해 치료가 상당히 어렵다. 짓눌리는 탓에 사마귀가 표면으로 자라나지 못하고 피부 아래쪽으로 들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 사마귀는 걸을 때 통증을 유발하는 특징이 있다. 환자들은 '발바닥에 돌이 박혀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개중에는 티눈 혹은 굳은살과 사마귀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 구별할까? 사마귀는 손가락으로 잡았을 때보다 누를 때 통증이 더 심하다. 표면에 자잘한 검은 점들이 분포돼 있다면 이것 역시 사마귀로 분류한다.
편평사마귀는 자그마하고 부드럽다. 표면이 칼로 자른 듯 편평하다고 해서 편평사마귀라 부른다. 이 사마귀는 정상 피부보다 조금 더 솟아 있을 뿐이다. 지름은 1~3㎜ 정도,개수는 20~100개에 이르기도 한다. 이 사마귀는 부위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어린이는 얼굴에,성인 남성라면 수염이 나는 부위에,성인 여성이라면 다리에 비교적 흔하게 나타난다.
자,그렇다면 사마귀를 어떻게 해야 할까? 사마귀는 미용상 보기에도 좋지 않고,부위에 따라서는 걸을 때나 물건을 잡을 때 아픔을 초래하기 때문에 제거를 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자연 소실되지만,성인의 경우에는 그럴 가능성이 낮다.
치료는 증상과 양태에 따라 달라진다. 전문의들은 사마귀의 위치,크기,숫자,이차 세균감염의 유무,환자의 나이,성별 및 면역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치료한다. 그렇다고 해서 치료율이 그다지 높지는 않다. 현재 상용되는 치료법에 의한 완치는 50% 정도이고,재발도 평균 25~50%나 되기 때문에 전문의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분야이다.
요즘에는 약의 효능이 좋아져 국소면역증강 연고제 같은 약을 주 3회 2개월 정도 꾸준히 바르면 사소한 사마귀는 치료가 될 뿐더러 재발률도 다소 낮아졌다.
그러나 효과가 미미하고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면 병의원에서 액화질소를 이용한 냉동치료를 받아볼 만하다. 사마귀의 병변에 액화질소를 분사해 해당 부위를 급속 냉각시켜 정상 피부와 분리하는 방식이다. 통증과 흉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1~3주 간격으로 여러 번 시술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방법이 여의치 않다면 전기소작술 또는 레이저수술을 시도한다. 레이저 치료는 일정한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재발이 잦다는 것인데,전문의들은 치료 후 사마귀가 다시 돋아났다면 재빨리 전문적인 방식으로 본격적인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한다. 이광우기자 leekw@busanilbo.com
도움말=부산 문두찬피부과 이재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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