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직장인 하성원(여)씨는 남들이 모르는 고민을 하나 안고 있다. 목 아래 등 부분에 난 허연 반점 때문이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백반증이라 부른다. 특정 부위의 멜라닌 세포가 없어져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흰 점이 생긴 것을 말한다. 후천성으로 색소가 없어지는 질환 가운데 가장 흔히 발견된다.
전 세계 인구의 약 0.5~2%에서 나타나는 질환이며,10세에서 30세 사이에 발병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편이다. 선천성은 극히 드물다. 인종과 지역의 차이는 없지만 질환의 성격상 아무래도 피부가 흰 백인들보다는 황인종과 흑인종에서 두드러지게 표시가 나는 특징을 보인다.
# 모양과 발병 부위가 다양하다
대개 원형이나 타원형이며,주위 살갗과의 경계가 명확한 편이다. 손가락이나 발가락,무릎,팔꿈치,입·눈·코 주위,정강이 앞부분,겨드랑이,손목 안쪽의 구부러지는 부위,아랫배,입술이나 남녀의 성기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견된다. 더러 눈의 홍채와 망막의 색소 이상이 동반되기도 하지만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혹은 항진증이나,당뇨병,악성 빈혈,원형 탈모증 등 다른 질환과 동반되는 빈도가 높으며,백반증 부위에서 흰털이 자라나는 경우도 있다.
종류는 국소적으로 발생하는 국소형,동일한 종류의 신경 분포 방향을 따라 생기는 분절형,주로 손발이나 귀끝 같은 인체의 말단부에 나타나는 사지말단형,미국의 흑인 가수 마이클 잭슨처럼 몸의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분포되는 전신형 등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혼재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환자의 4분의 1 정도는 가족력을 지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또 과다한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신적 장애 혹은 신체적 장애나 일광화상 등이 백반증의 보조적 요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 난치성,그러나 치료는 가능하다
백반증은 피부과 의사들이 다루기를 꺼리는 난치성 질환 가운데 하나다. 시간도 제법 오래 걸린다. 여러 가지 치료방법을 동원해서 호전을 기대할 수는 있다. 다만 분절형이나 국소형이라면 완치도 가능하다.
평소에는 백반증이 있는 부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이 부위에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멜라닌 색소가 없는 탓에 일광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광화상을 입으면 백반증이 확산될 수도 있어서 이 점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스테로이드제를 바르거나 국소 주사를 맞으면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스테로이드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스테로이드제를 쓰되 2개월 정도 사용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다른 방식의 치료를 고려하는 게 좋다.
분절형 백반증이나 최소 2년 동안 진행이 없는 백반증이라면 피부이식술도 고려할 만하다. 다른 부위의 피부에 인위적으로 물집이 생기도록 한 다음 물집으로 늘어진 피부를 잘라내 백반증 부위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최근 들어서는 광선을 이용한 광치료가 백반증 치료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 자외선 흡수를 촉진시키는 특정 약물을 복용하거나 국소적으로 바르고 나서 한두 시간을 기다린 뒤 자외선 A(UVA)를 조사,병변 내의 멜라닌 세포를 활성화 시켜 색소가 다시 자리잡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PUVA라는 것이다. 주당 2~3회씩 15~25회 정도 치료를 하면 색소가 다시 생기기 시작한다.
피부가 검은 환자가 흰 피부의 환자에 비해 더 나은 결과를 경험하며 얼굴,목,몸통,다리 등에서는 비교적 우수한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나 흰털이 있는 병변이나 입술이나 성기를 비롯한 점막,손발끝 등에서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돼 있다.
병변 부위가 눈 부위인 경우에는 치료와 관리에 불편함이 커서 이 부분에 대한 시행 빈도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PUVA의 이런 문제점 때문에 협파장 자외선 B(NBUVB)라는 게 나와 그 자리를 대체해 가고 있다. 자외선 흡수 촉진제를 쓸 필요가 없어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선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병변부에만 원하는 양만큼의 광선을 쏘는 '표적광치료(targeted phototherapy)'라는 개념도 도입됐다. 대표적인 것이 '듀아라이트'와 '엑시머 레이저'이다. 듀아라이트는 자외선 B 파장은 물론 자외선 A 파장도 내기 때문에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얼마 전에 나온 미국미용피부과학회지에 의하면 주당 2~3회 치료를 했을 때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빠르고 우수한 결과가 나타났다. 쏘아대는 광선의 양도 상대적으로 적어서 부작용이 적었다. 특히 병변부에만 선택적으로 광선이 조사되기 때문에 광노화,화상,색소침착 등의 부작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기존의 광선 치료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팔꿈치,발바닥,손등,두피 등에도 쉽게 적용됐다.
치료 시간은 5분 정도로 짧고 시술 즉시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광우기자 leekw@busanilbo.com
도움말=부산 뷰티스피부과 문두찬·이재봉 원장
|
